글은 '남'이 내 이야기를 보는 거예요.
내가 내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한 문장을 쓰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생각해야해요.
[어제 티비를 봤다.]
이런 서술을 했다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아, 얘가 어제 티비 본 것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구나-'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 뒤에서 갑자기
[저녁밥은 짜장면이었다.]
-라고 나오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겠죠?
남한테 할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일상을 정리하는 일기장이라면야 괜찮아요.
[어제 티비를 봤다. 저녁밥은 짜장면이었다. 자기 전까지 게임을 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딱 초등학생 일기장이잖아요.
보통 남한테 이야기를 할 때에는 화두를 던지고 그 화두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야해요.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뭘 궁금해할까.
[어제 티비를 봤다. 북한과 미국의 회담에 대한 뉴스였다.]
앞 문장을 받아서 설명했죠?
그러면 이제 독자는 생각해요.
'그래서 뭐?'
여기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가 나와야해요.
그런데 너무 뻔한 이야기가 나오면?
[북한이 어서 비핵화하고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
응, 그래.
끝이죠? 이런 식으로 쭉 나갈 수도 있어요. 그냥 술술 읽히기야 하겠죠.
자극적인 재미는 없어요.
그러니까 예외성을 심어줘야돼요.
[그 내용이 어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 나는 건 아나운서가 굉장히 예뻤다는 거다.]
이 새끼가 뭔 말하나 궁금하게요.
대충 뭐, 이런 식으로 전개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어제 티비를 봤다. 북한과 미국의 회담에 대한 뉴스였다. 그 내용이 어쨌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 나는 건 아나운서가 굉장히 예뻤다는 거다. 그 이야기를 지금 왜 하냐고? 그 아나운서가 내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으니까. 그것도 칼을 들고.]
마지막 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갑자기 긴장도가 확 늘죠?
저런 식의 문구가 독자를 집중하게 해요.
아나운서가 이후에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겠죠.
['봤어요? 봤죠? 보면 안 되는데.']
긴장을 더욱 더 상승시키거나,
혹은,
['괜찮아요? 일반인이죠? 망할 놈의 지원팀. 대체 뭔 짓을 하는데, 결계 너머로 일반인이 들어와?']
뜬금없는 소리로 다시 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거죠.
예시는 대충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이래서 퇴고가 되게 중요해요.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문장을 고치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나가기 전 거울을 보면서 '콧털이 살~짝 삐져나왔네? 밀어넣을까, 아니면 그냥 자를까? 아니, 뽑을까?'하는 거예요.
정말 꼼꼼하게 보는 사람들이나 콧털이 살~짝 삐져나온 걸 알아채겠죠.
그것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바지를 입었나- 내 옷차림이 이 자리에 어울리나- 그런 걸 점검해야 해요.
문장보다는 문장 호응을 보면서 점검하고, 글 전체 의식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봐야해요.
그것들이 어긋난다는 건 결국, 독자들이 보다가 '이게 무슨 개소리야?' 혹은 '이게 무슨 재미지?'하고 생각하신다는 거거든요.
저도 잘 못하지만, 대충 머리로 생각하고 있는 지향점에 대해 풀어봤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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