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을 얘기하자면, 제 생각에 글쓰기는 독자라는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점에서만 놓고 보면요.

다만 실제와 달리 큰 차이점은 있습니다.

 

활쏘기는 과녁에 화살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죠. 그래서 자신의 폼을 점검하고 개선하기가 쉬운 반면, 글쓰기는 과녁에 화살이 적중했는지 빗나갔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독자라는 과녁이 항상 피드백을 해주지 않죠. 재미있다고는 하는데 그냥 조용히 이탈을 하는 경우도 있고,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댓글조차도 달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자기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글쓰기를 반복하고 있는 건지가 중요한 거죠. 헬스 꾸준히 하면야 늘기는 하지만 제대로 안 하면 이상한 자세가 굳어서 부상을 입거나 제대로된 효과를 거둘 수가 없으니까요. 물론 말을 하는만큼 저보고 제대로 하고 있냐고 말하면, 저도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이건 정답이 아니라 선택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시고, 방법이 나에게 맞겠다 싶으신 분들만 활용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자신에게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뽑기.

우선 자신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체크리스트를 뽑는 게 좋습니다. 레이싱 게임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최단시간에 클리어할 수 있고, 코스를 잘 돌 수 있다든가, 다른 차에 밀려 기록이 저조해지지 않는다든가 하는 방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글을 보고 약한 부분을 체크해보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봅니다.

 

어디까지나 예시를 들자면

캐릭터 : 1. 주인공이 주도적인가? 2. 주인공의 능력이 희귀하고 주인공만의 것인가?

설명 : 1. 설정이나 설명이 대사에 작위적이지 않게 녹아있는가? 2 : 고유용어의 갯수는 적절한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놓고 집필하는 곳 옆의 보드에 붙여놓거나 해서 활용하면 효과적입니다. 대신 너무 많이는 만들지 마세요.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체크리스트 활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쓰시는 걸 권장합니다.(만약 염두에 두고 싶다면 한두개 정도만) 너무 신경써야할 게 많으면 오히려 그게 족쇄가 됩니다.

 

2. 체크리스트의 추가나 삭제.

글을 쓴 다음에 자기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체크리스트 항목이 있다면 그건 지우셔도 됩니다. 그리고 또 성장하고 싶은 부분을 체크리스트로 삼으면 좋죠. 여기서도 중요한 건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이 늘리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잘 쓴다는 느낌이 들고 재미있어야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고 실력이 상승하죠. 글쓰기가 재미없고 어려울 정도가 되면 주객전도입니다 ^^

그래서 작법서를 읽고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나 혹은 자기가 또 약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강하게 만들고 싶은 부분을 체크리스트로 만드세요. 이미 능숙하게 다루게 된 것은 따로 능숙해진 것 리스트에 뽑아두거나 빨간 줄을 해두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읽고 도움이 됩니다. 내가 그래도 이정도까지는 잘 다룬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되죠.

 

3. 사실 개선이 된 건지, 안 된 건지도 확인이 안 된다면?

체크리스트 또한 보이지 않는 과녁을 어느정도 선명하게 해주는 것이지 그게 온전히 확인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아닙니다. 가령 자신은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착각일 수 있다는 거니까요. 특히 작가를 많이 괴롭히는 건 '지식의 저주'라는 건데, 이건 사람이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지어낸 용어가 아닙니다 ㅎㅎㅎ;)

이게 작가를 얼마나 괴롭힐 가능성이 높은 건지를 테스트해보겠습니다.

 

가령 나비야, 나비야 이리날아오너라 라는 노래를 박자로만 친다고 하죠.

 

따다단, 따다단, 따다다다, 따다단.

 

이런 식으로 박자만 쳤을 때 아주 쉽게 생각이 되었을 겁니다. 애초에 나비야 라는 노래를 제가 미리 지식으로 제공했기 때문이죠.

사실은 제가 제목을 미리 말하지 않았더라면 이걸 정확히 맞추실 분은 여기서 10%도 안 되실 겁니다.

이것을 가지고 실험을 했을 때 사람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노래로 박자만 친다고 했을 때, 그것을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확률이 60%이상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실험을 했을 때 10% 정도의 사람밖에 맞출 수가 없었죠. 그나마도 찍은 게 다수였고요.

 

이걸 왜 얘기하냐면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 다수가 이러한 지식의 저주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에 대해서 떠올리고 프로필을 만들어보고 상상하는 동안 주인공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됐기 때문에 음정과 박자를 알려줘야 하는데 박자만 알려주고는 독자가 주인공에 대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즉, 내가 사전 정보가 없을 때의 시선(독자)과 사전 정보가 있을 때의 시선(작가)이 너무나도 간극이 크다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못 믿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서 또 다른 박자를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우리가 노래의 제목에 대해 사전적 지식이 없는 독자의 시선이 되어보자고요. 특정 노래의 특정 구간을 박자만 쳐보겠습니다.

 

따 다다, 따 다다, 따 다다 다다 따 다다, 따 다다, 따 다다, 따 다다 다다 따 다다.

 

이거 뭔 노래인줄 아시겠나요?

 

 

 

 

 

샤이니의 링딩동에서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 디기 딩-딩딩.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 디기 딩-딩딩 요 부분을 박자로 묘사해본 겁니다.

물론 글이라서 실제 박자를 듣는 것보다 더 어렵거나 쉬웠을 수도 있을 것이고, 노래 제목을 맞춘 분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예시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지식의 저주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고, 노린 과녁을 정확히 쐈는지 안 쐈는지 스스로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많이들 활용하는 게 자신의 원고를 묵혀놨다가 보는 방법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잊을만할 때쯤에 살펴보고 내가 제대로 했는지 실수했는지, 어떤 부분이 잘 됐는지를 독자의 시선으로 보는 거죠. 이렇게 하면 지식의 저주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울 수는 있고 실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이것 또한 반복해서 보다보면 지식이 결국 작가를 사로잡아 버리고 더 강화되어버리는 부분도 있죠.

 

이런 경우 때문에라도 결국 체크리스트는 도움이 됩니다. 앞서와는 다르게 조금 더 세분화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선 체크리스트에 '주인공에 대해서 알려줬는가?'라는 식의 추상적 항목이 체크리스트로 적혀 있다면 불안감이 있는 분들은 이걸 더 구체화해야 흐릿한 과녁도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초반에 적어도 한 줄 이상은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서 짐작이 갈만한 내용이나 설명하는 내용을 보여줬는가?'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서 짐작이 갈만한 내용들이 3군데 이상 보인다거나, 의미적으로 중복되지는 않는가?'

다른 예시를 든다면 '주인공의 감정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감상적이지 않고 어느정도 절제되어 있는가?'라는 항목이 있다면 이걸 구체화해서 '주인공의 감정에 대한 묘사로 슬픔 분노 통곡 등의 단어가 쓰이고 있는가?' '주인공의 감정 묘사가 2줄 이상인가?' 이런 식으로 만들 수가 있다는 거죠. 물론 이건 장르와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갈릴 수 있는 부분일 테니 어디까지나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서만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전 시작부터 주인공 울고 절망하고 이런 거 싫더라고요.)

 

이 방법은 제가 글쓰기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도 없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받지 못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이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놓으면 처음에는 거추장스러운 족쇄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걸 자신에게 맞게끔 잘 활용하시면 안전망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주의할 점은 이 방법은 정답이 아니라는 것과 너무 많은 욕심으로 체크리스트를 쫙쫙 다 뽑아놓지 말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글을 쓰시고 다시 확인하는 용도로 쓰시길 권장합니다. 그리고 내 실력을 향상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용도 정도로서가 체크리스트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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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222794&search_head=3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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