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수준 떨어진다는 게 어떤 걸 보고 하는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고구마 싫어하고 사이다패스만 찾는다? 이걸 가지고 하는 말이라면 그건 수준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인내심이 없는 것 뿐이져.

 

그런데 정말로 인내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흔히 어느 정도 관성만 붙으면 독자들 보던 거 계속 봐준다고 얘기하잖아요.

그것도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저냥 참고 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고구마와 사이다패스는 어떤 이야기인가.

제가 생각할 때는

"인내심을 발휘할 이유가 없어서"가 더 좋은 이유 같습니다.

 

왜 고구마를 참고 봐야하죵?

뒤에 더 큰 사이다가 나올꺼라고 믿고?

그럴 줄 알고 참고 봤는데

그러다 작가가 뇌절치거나 찍 싸고 튀면요?

혹은 사이다 나올 생각은 안하고 계에에에속 고구마만 퍼먹이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죱?

 

웹소 독자들은 작가를 믿어줄 이유가 없습니당.

웹소 독자들도 배신 존나 많이 당하거든요.

그러니까 대충 적당한 선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1. 언제까지 참을지.

2. 어느정도의 사이다일 거 같으면 참을지.

 

조금 길어져도 사이다가 진짜 개쩔각이면 참을 수 있는거고

조금 고구마여도 사이다가 진짜 개빨리 들어올 각이면 또 참을수가 있습니당(빨리 넘기면 되니까ㅋ).

 

근데 기약도 없고~ 사이다가 뭐 어떨지 애매하다?

봐줄 이유가 없져.

 

이걸

기대(언제까지 참으면 되는지)와 예측(기대가 끝나면 어떤 장면이 나올지)이라고 합시다.

 

전독시.

아 김독자 저새끼가 이제 지 혼자만 읽은 소설로 미래 다 간파하면서 개 씝사이다를 주겠구나.

라는 기대와 예측을 주죠.

1. 기대 : 대충 이 세계로 넘어갈때 까지만 참으면 됨.

2. 예측 : 존나 다 알고 있는 엑스트라 김독자가 아무튼 뭔가 개쩌는 주인공이 되겠지?

 

이 때 기대는 빠르게, 예측은 개쩔게

충족이 되면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겨납니다.

이정도 기다리면 이정도 사이다가 나오겠구나.

 

그럼 그거 박살날때까지는 관성적으로 독자들도 참고 봐준다고 보면 되겠슴당.

그래서 처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가에 대해서 근거있는 믿음이 생기는 구간이니까요.

 

즉, 작가는 근거를 줘가며 써야한다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한 분석-

 

 

전독시.

1. 1화 마지막 줄[다음 날,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 기대 : 다음 날까지만 참으면 됨. ㅇㅋ.

- 충족시작 : 2화 마지막 줄(내 인생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딱 10쪽 걸렸습니다.

이 뒤부터는 이제 어느정도로 충족시켜줄지를 독자가 보는 거죠.

2.

제목: 전지적 독자 시점

소개글: 오직 나만이, 이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다.

- 근거있는 예측 : 아 주인공이 결말을 알고 그 내용을 써먹겠구나.

유일한 소설 독자 어쩌구 저쩌구~

- 근거있는 예측 : 아 주인공이 저걸로 내용을 다 파악한다는 거구나~

- 기대하는 예측 : 소설 읽고 그 세계를 다 파악한 주인공은 뭔가 다르겠지?

- 결과 : 그 지하철 씬.

재밌는 걸 하나 더 볼까요?

 

용사를 방치했더니 차원최강.

1. 프롤로그 24번째 줄('나도 각성자가 될 수만 있다면..')

- 기대 : 각성자 될 때까지만 참아보자. 길면 하차함 ㅅㄱ.

- 충족시작 : 프롤로그 29번째 줄(-각성을 시작합니다) 혹은 프롤로그 마지막, 40번째 줄(그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기대~충족시작 까지 5줄 걸렸습니다. 길게 봐줘도 16줄 걸렸네요.

그것도 어떻게 충족시켜줄지는 다음화로 넘긴채...

2.

제목 : 용사를 방치했더니 차원최강

소개글 : 재주는 용사가 넘고 보상은 내가 받는다.

여기다 약간의 프롤로그 내용 추가.

- 근거있는 예측 : 아 각성하면 용사들 굴려서 개꿀 빨겠네 ㅋㅋ

- 기대하는 예측 : 아 무슨 보상 받을지 봐야징

- 결과 : 스포라서 말은 안하지만 읽은 사람의 감상 = "와 초반부터 저런 개사기 주면 뒤에 풀어갈게 있나?"

 

이러면 이 작가는 대충

기대를 주면 다음화쯤엔 충족시켜주고.

꽤 괜찮은 보상을 주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기죠.

 

아니면 "귀환하면 세계 최강" 작가식으로

'뭘 언제까지 주겠다.' 를 첫화 가장 첫부분에 박아넣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아니면 개쩌는 전작을 가지고 있어서

"이 작가는 믿을만 하다"라는 위치를 획득하는 방법도 있겠네욥.

장영훈 작가의 "전직지존"이 여기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흥미로운 점이 있지만요.)

 

 

 

끝.

 

 

 

3줄 요약.

 

1. 독자는 수준이 낮지않고 인내심을 발휘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2. 그러므로 인내해야 할 이유가 작품 안에 있어야 한다.

3.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기다리면 '무슨 장면을 얻을 수 있는지'를 독자가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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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gijjdd&no=217098&search_head=3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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